아이언맨1을 다시 보고 느낀점 - 우리는 토니스타크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AI를 활용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AI의 출력에 의존하는 사람인가?
들어가며
아이언맨 1이 개봉한 지 어느덧 18년이 흘렀다. 개봉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집 근처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는 날아다니는 슈트, 인공지능 비서, 음성 명령으로 작동하는 시스템들 그저 현실과는 거리가 먼 SF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똑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적어도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만큼은 이미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예전 영화에서 상상속에서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최근 이 영화를 다시보면서 토니스타크가 동굴로 납치되어 탈출하는 장면에서 몇가지 인사이트를 얻었다. 토니스타크는 제한된 리소스를 가지고 제한된 환경에서 아이언맨 Mk1을 만들어 탈출에 성공한다.
우리는 지금 자비스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연 토니 스타크의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는가. AI가 많은 일을 대신해주는 시대에서, 우리는 여전히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가 문득 고민하게 되었다.
동굴속에서 토니스타크는 어떻게 문제를 정의했을까?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 기지에 도착한 토니는 리펄서 기술을 활용한 신형 미사일 ‘제리코’를 시연한다. 압도적인 화력과 함께 그는 다시 한번 천재 무기 개발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 테러리스트의 습격을 받고 그 공격에 사용된 무기가 다름 아닌 자신의 회사가 만든 미사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는 동굴로 납치된다.
이때 토니스타크는 탈출을 하기 위해 어떻게 문제 정의를 했을까?
토니스타크 입장에서의 문제 정의
- 내가 지금 통제할 수 있는 자원은 무엇인가
- 이 고철 덩어리 중에서 기능적으로 재조합 가능한 부품은 무엇인가
- 제한된 시간 안에 구현 가능한 최소 단위의 시스템은 무엇인가
이걸 정리해보면
감시받는 환경에서, 제한된 자원과 시간 안에, 적의 기대를 역이용해 작동 가능한 탈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감시받는 환경에서, 제한된 자원과 시간 안에, 적의 기대를 역이용해 작동 가능한 탈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동굴에서 아크리액터와 Mk1을 만들다

동굴속에서 토니가 처음 만든건 아이언맨 슈트가 아니라 아크리액터였다. 가슴에 박힌 파편이 심장속으로 파고들지 않도록 전자석을 유지해야했고, 동시에 아이언맨 Mk1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을 만들어야했다.
위에서 정의한 문제들을 토니스타크의 입장에서 정리해보면
“내가 지금 통제할 수 있는 자원은 무엇인가?”
- 폐부품과 고철 덩어리
“이 고철 덩어리 중에서 기능적으로 재조합 가능한 부품은 무엇인가?”
- 폐 고철 더미에서 구리선을 분리해내고, 코일과 자석을 조합해 전자석 구조를 만듦
- 단순한 부품을 에너지 흐름의 일부로 재배치하며 점차 하나의 동력 시스템으로 연결해갔고 아크리액터를 완성
- 일부 쇳덩이는 아이언맨 슈트의 외골격으로 재구성
“제한된 시간 안에 구현 가능한 최소 단위의 시스템은 무엇인가?”
- 방어를 위한 외골격, 공격을 위한 최소한의 화력, 탈출을 위한 최소한의 추진기를 설계했다. 그리고 아이언맨 M1은 그렇게 탄생한다.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는 토니스타크는 그 어떤것에도 의존하지 않았다. 환경에 의존하지 않았고, 도구도 의존하지 않았다. 대신 실제 기술의 본질에 의존하여 작동하는 마크1 슈트를 만들었다.
아이언맨의 탄생

동굴을 탈출한 토니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거대한 연구실, 홀로그램 인터페이스, 음성으로 작동하는 AI 비서 자비스, 이제 더 이상 토니는 고철더미로 슈트를 제작하지 않아도 된다.
홀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고, 최신화된 AI 장비가 있고, 수많은 반복 실험을 자동화 할 수 있는 환경도 있다. 이 환경에서 정말 다양한 아이언맨 슈트들이 탄생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만약 토니스타크가 동굴에서 아이언맨 Mk1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없었다면? 그는 자비스를 통해 아이언맨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토니스타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단지 자비스라는 강력한 AI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아이언맨을 만들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것 같다.
AI 시대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질문은 우리는 자비스를 잘 쓰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자비스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의존성 역전 원칙에 대입해보는 AI시대
소프트웨어 설계에는 의존성 역전 원칙(Dependency Inversion Principle)이라는 개념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상위 모듈이 하위 모듈의 구체적인 구현에 의존해서는 안되며 본질적인 추상에 의존해야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다 라는 설계 원칙이다.
이걸 지금 우리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원래는 우리가 AI를 사용하는 구조여야 한다. 인간의 사고가 상위 모듈이고, AI는 그것을 돕는 하위 구현이어야 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설령 우리가 AI에 의존하더라도 언제든 그 구조를 다시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AI 없이도 문제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하고, AI 없이도 최소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계속 AI의 출력에만 기대어 사고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점점 사고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상위 모듈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현을 직접 수행하는 하위 모듈도 아닌 애매한 계층이 되어버린다. 나는 이 지점을 가장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동굴 속 토니는 자비스가 없었다. 연구실도 없었고, 시뮬레이션 장비도 없었다. 그가 가진 것은 고철 더미와 제한된 시간, 그리고 기술의 원리에 대한 이해뿐이었다.
그는 어떤 구현에도 묶여 있지 않았다. 환경이 사라져도 설계할 수 있었고, 도구가 없어도 문제를 정의할 수 있었다.
즉, 그는 언제든 “상위 모듈”의 자리에 설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토니가 최신 연구 장비와 자동화 시스템에만 익숙한 엔지니어였다면 어땠을까. 동굴에 갇힌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구현이 사라지면 사고도 멈추는 구조였다면, 아이언맨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AI를 쓰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AI에 의존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요할 때 AI 없이도 사고를 이어갈 수 있는가?,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가? 최소 시스템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우리는 여전히 상위 모듈에 있을 수 있다.
우리는 토니스타크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토니 스타크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지점은 토니스타크는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AI 시대에 중요한 것도 다르지 않다. AI는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여야 하지 사고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토니 스타크가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마무리
AI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더 많은 도구를 익히는 능력이 아니라, 도구가 사라져도 무너지지 않는 사고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의존성의 방향은 언제든 다시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사고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채 도구의 결과물에만 안주한다면, 우리는 설계자도 구현자도 아닌 애매한 존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상태야말로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일일지도?
우리는 AI를 활용하여 사고를 확장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단순히 AI의 출력에 맞춰 결과에만 의존하는 사람인가?
나는 과연 동굴에 홀로 납치되었을 때 탈출 할 수 있었을까?